2002년 이후로 나의 사진집과 전시 제목은 “…의 소리(聲)” 시리즈로 통일되어 있다. 이는 자연이 발하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근거한, 나의 풍경사진에 대한 근본 입장을 보여 준다.

풍경사진에서는 흔히 ‘아름다움의 소리’가 중시되지만, 자연이 내는 소리는 그뿐만이 아니다. 생명의 소리, 역사의 소리, 환경의 소리 등 여러 목소리가 있다. ‘영상미’라는 필터를 지나치게 걸면 피사체 자체를 잃는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눈앞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 생명의 소리: 만개와 기세만이 아니라, 탄생과 성취, 고요한 완결까지 느끼게 한다. - 역사의 소리: 오늘의 풍경은 과거의 연장선 위에 있다. 토대를 배우는 태도는 작업과 삶을 넓혀 준다. - 환경의 소리: 가혹한 장소에 사는 존재들은 온힘을 다해 삶을 완수하는 존엄을 가르친다.

피사체가 발신하는 다양한 소리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 이것이 나의 작가 활동을 관통하는 기본 자세이다.

비가 오더라도, 흐리더라도, 신록과 단풍이 기대에 미치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새벽놀에 불이 붙더라도 아니더라도 — 오늘 마주한 광경에 진심으로 감동하자. 살아 있음의 기쁨, 셔터를 누를 수 있음의 불빛을 꺼뜨리지 말고, 마음을 기쁨으로 떨리게 하자.

감동을 잃지 않도록, 언제나 피사체와 자연, 우리를 지탱해 주는 모든 이들과 신께 감사하자.

경쟁과 욕심을 내려놓고, 마주한 장면에 오롯이, 기도하듯 임하자. 감동과 기쁨이 화면에 깃들어 작품의 힘이 되고, 당신의 ‘자기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리라.

여기서 말하는 ‘자분시(自分史)’는 유언장처럼 완성하는 ‘개인 연대기’이다. 삶의 사진과 글을 모아, 살아온 증거로 남기는 책. 전시·공모(‘자랑의 역사’)와 달리, 목표 상실을 막아 주는 장기적 과업이다.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감동을 기준으로 고른 ‘작품편’, 그리고 자신의 삶과 도움을 준 이들, 뿌리를 솔직히 적는 ‘나의 인생편’. 매년 진척하자: 활동 가능한 촬영 기간을 가늠하고, 계획을 세우며, 글을 병행하고, 중간 시점에 원안을 만들고, 제작 견적을 받아 보며, 유언으로 제작비를 담보하고, 몸이 움직이는 동안 갱신을 이어 가자.

핵심은, 이 장대한 사업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 — 자신을 움직이고 지탱하는 진정한 작품군을 쌓아 가는 것이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한때 영국에서 “과도한 보정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 사진이 금지된 사례가 있었다. 상업사진조차 리얼리티를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디지털 보정은 우리를 피사체의 실제 모습에서 멀어지게 유혹한다. 특히 네이처 사진에서는 피사체의 리얼리티가 더욱 중요하다.

이는 결과물의 리얼리티뿐 아니라, 피사체와 마주한 순간의 리얼리티 또한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후반 보정에 기대기보다,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에 작품을 완성한다”는 결의와 철학을 가지자.

필름과 디지털 시대를 아우르며 사용해 온 장비 목록을 간단히 정리했다. 카메라와 렌즈에서 삼각대, 필터, 워크플로 도구까지.